여러분은 내기를 많이 하시나요? 친구들이랑 재미로 내기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가령 서로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다를 경우 어떤 스포츠 팀이 이길지 내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단지 심심풀이로 상황을 만들어서 내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2016년에 재미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글 딥마인드에서 주최한 바둑 대회였습니다. 역대 최고의 바둑 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 九단과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인 알파고 AlphaGo가 세기의 대결을 펼쳤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기기란 힘들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었습니다. 그만큼 바둑의 세계는 오묘하고 수싸움이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날의 대결로 많은 것이 바뀌게 됩니다. 


  이때도 내기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많이 사람들이 이세돌 九단의 승리를 점쳤지만, IT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승리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현실로 나타났죠. 4승 1패, 알파고의 승리로 다섯 번의 대국은 끝마치게 됩니다. 어떤 이는 굴삭기와 삽을 든 인간의 대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대결이었다는 거죠.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패배한 것인가,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대결에서 이세돌 九단의 1승이 각광받습니다. 왜냐하면 그 뒤로 알파고는 더 강해지고(알파고 마스터, 알파고 제로) 패배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알파고는 온라인으로도 바둑을 두기도 하고 커제와 대결을 펼치기도 합니다. 알파고는 73승 1패로 공식적으로 은퇴(?)하게 됩니다. 재미나게도 알파고의 경력 중 유일한 1패는 오직 이세돌 九단과의 4국뿐입니다.


이세돌 九단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유일한 승리를 거둔 바둑기사이다.


  알파고는 세상에 큰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간 생소했던 딥러닝이 무엇인지, 신경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많은 자리에서 대화 주제로 떠오르게 됩니다. 알파고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거라는 이야기가 농담삼아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중에게 딥러닝 열풍이 일어났고, 오늘날까지도 신경망은 최고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신경망을 두고 한 내기는 이때가 처음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내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1990년대에 있었던 블라디미르 바프닉(Vladimir Vapnik)과 래리 재컬(Larry Jackel) 사이의 내기입니다.


  블라디미르 바프닉은 소련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컴퓨터 과학자입니다. 그는 벨 연구소에서 연구를 했는데요, 서포트 벡터 머신(SVM: Support Vector Machine)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SVM은 당시 성능이 좋아서 분류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손으로 쓴 숫자를 꽤나 잘 인식했습니다.


  반면에 그 당시만 해도 신경망의 성능은 SVM만 하진 못했습니다. 물론 신경망도 꽤나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아쉬움은 늘 있었죠. 그래서인지 학자들도 서로 티격태격댔나봅니다. 바프닉과 재컬은 내기를 하게 됩니다. 2000년까지 SVM과 신경망 중 어떤 게 더 좋은 성능을 보일 것이냐. 그런데 이때만 해도 SVM이 더 좋아서 바프닉이 이기게 됩니다. 승리한 바프닉은 너무 기뻤던 나머지 2005년이 지나면 아무도 신경망을 안 쓸 것이다고 내기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컬이 이기게 됩니다! 딥러닝이 출현하면서 신경망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그 사이에 가장 득을 본 것은 위의 영상에 나오는 얀 르쿤(Yann LeCun)입니다. (공짜로 저녁 얻어먹음!)


Meta의 수석 AI과학자이자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의 권위자인 얀 르쿤


  결국 우리 미래가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한 때 SVM보다 성능이 떨어졌던 신경망은 오늘날 인공지능의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어떨까요? 신경망을 대체할 새로운 알고리즘이 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알고리즘이 대세가 될 것이고 그 것을 개발할 자는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영원한 것도 완벽한 것도 없습니다. 1990년대 당시 SVM보다 성능이 떨어졌던 신경망이 오늘날 대세인 것처럼. 이세돌 九단에게 1패를 당한 알파고처럼. 아직까진 영원도 완벽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미래를 어떻게 꿈꾸나요? 오늘날 대세이며 만능으로 보이는 신경망이 우리를 지배할까요? 여러분이 내기를 한다면 어느 쪽에 거실 건가요? 저라면 반대편에 걸 것 같습니다. 우리의 내일을 꿈꿔봅시다.